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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 한밤중에 강남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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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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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강남귀신 표지.png
김지연 지음 | 김지연 그림 | 모래알 |
 

잠 못 드는 밤! 귀신의 자장가가 필요한 날 도 있다 

아이 학교도서관에 들른 어느 날, 새로 들어온 책 더미에서 귀신에 홀린 듯 집어 든 한밤중에 강남귀신’, 책 제목을 읽는 순간 그래 강남에는 귀신들이 많지!” 하며 조롱석인 웃음이 피식 나왔다. 왠지 강남이란 이미지가 나에게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못 할욕망을 쫓는 그 무엇의 이미지여서 일까? 여하튼, 강렬한 구도와 삼색 대비와 보여주는 표지에서부터 몰입되는 걸 느끼며, 첫 장을 펼쳤다. 

강남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도 가장 화려한 외형에 글로벌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대중문화와 유행을 선도하는 격변의 도시 아닌가!

 이 곳 강남에, 한번 놀면 밤이 새도록 놀고, 한번 자면 한 오백년을 잔다는 잠귀신 노리가 강남의 빌딩숲 사이에 유적으로 보호되는 오래되고 낡은 기와집에서 500년 만에 깨어난다.  노리가 잠들기 전 강남의 모습은 온대간대 없다. 밤이 되어도 건물에는 불이 꺼지지 않고, 사람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거리를 활보한다. 그 속에서 잠귀신 노리가 같이 놀 친구 한 명을 발견하는데, 두 눈은 퀭하고 흐느적흐느적 걷는 것이 영락없는 귀신으로 본 것이다. 

한밤중에 강남귀신 자미.png

 밤새 같이 놀자며 말을 걸어오는 노리를 보고 졸려 눈도 잘 못 뜨며 걷던 자미가 깜짝 놀라지만, 눈 깜짝할 순간에 노리 손에 이끌려 하늘을 날아 강을 건너 한 고요한 숲에 내려앉는다그 곳에서 노리는 각시귀신! 억울귀신! 몽달귀신! 아기귀신! 오백년 전에 같이 놀던 귀신친구들을 만난다. 귀신들은 예전 배추밭이었던 강남이 이제는 빌딩으로 숲을 이루고 사람들은 일도, 공부도 너무 많이 하여 불을 끄지 않는 통에 밤에도 밝아 놀 수 없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투덜댄다.

사람은 밤에 자고 귀신들은 밤에 놀아야 하는 법!!

귀신들과 자미는 그들을 재울 방법을 궁리하는데.., 

너희가 사는 이곳에도 재미난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

이제 불빛들도 좀 쉬어야 하지 않을까?

   김지연작가 또한 강남에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강남을 항상 불편하게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늘 불편한 시선으로 보던 강남의 불빛들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이곳에 사는 건강한 사람들, 예쁜 아이들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강남을 중심으로 귀신이야기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저자는 스스로 쉬지 못하고 잠들 수 없는 이들을 귀신들의 힘을 빌려서라도 꿀잠에 들게 해 주고 싶었을까

노리와 귀신들은 달빛으로 만든 배에 자미와 자장가를 태웠어. 

쑥국쑥국, 졸졸졸, 바스락바스락, 치르르

꿈꾸는 숲의 소리들도 함께 실었지.

서늘한 밤바람이 달려와 달빛 배를 껴안는 바람에

자장가가 온세상에 흘러넘쳤어.

도시 곳곳에 자장가가 스며들어.

하나둘 불이 꺼지고 잠이 들어.

  <한밤중에 강남귀신> 본문 중 

한밤중에 강남귀신 자장가.png

   김지연작가는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SI그림책연구소를 졸업했다. 2018년 최신작인 한밤중에 강남귀신은 이전에 전통문화를 주제로 다뤘던 <부적>,<깊은산골 작은집>,<꽃살문>에 비해 대중이 그림과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공감을 느낄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느낌이다. 귀신들이 잠 잘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의 속세 사람들을 위로하듯 이번 작품은 따뜻한 채색을 이용한 회화적 표현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줌과 동시에 귀신들의 모습은 두 가지 단색의 판화로 전통적 표현을 살렸다. 두 가지 기법을 통해 한 공간 속에 사람과 귀신의 차원을 달리 효과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한밤중에강남귀신 꿀잠.png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게 했던 장면은 귀신들의 자장가 소리에 편안하게 눈 감고 잠 든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지금 이 밤, 마음에 병을 앓아 잠 못 들었을 내 조카 역시 저런 미소를 짓고 잠들 수 있는 그 밤도 곧 오리라 바래본다. 

그림책 소개를 하는 이는     

   책 소개하는 이는 양평에 살고 있는 아이 둘 키우는 평범한 40대 주부다. 내가 그림책을 가까이 하게 된 

계기는 다른 엄마들이 그러하듯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이제 문고판 책을 더 많이 읽는 길목에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림책을 좋아하는 독자다

그림은 글, 문자가 주는 명확성과 확정성을 뛰어넘어 무한한 생각의 확장을 가져다준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그래서 때론 글이 없이 그림만으로 된 그림책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나는 그런 그림책들이 참 좋다  

예전에 그림책을 아이들이 읽는 동화로만 생각하던 인식에서 0세부터 ~100까지 세대를 넘어서 읽는 책이라는 인식으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아마도 그건 세대 넘어서는 이야기와 예술성 높은 그림을 담은 상당한 수준의 그림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상당한 수준의 그림책들이 계속해서 출판되는 한, 나는 그림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보물과 같은 새로운 좋은 책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좋은 책으로 먼저는 자신을 만나고, 다음에는 아이, 친구, 이웃으로 관계를 확장하여 소중한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그런 책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을 나는 지금 경험 중에 있다. 매 주 한편의 책을 소개 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내가 모르는 이들과의 확장된 책 생각 나눔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겁 없이 시작한다.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읽고, 이렇게 느꼈어~”에 정답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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