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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 우리를 미안하게 만드는 영화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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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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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은 일제저항운동의 암흑기라 불리는 1930년대, 경성 한 복판에서 벌어지는 독립군의 친일파 암살작전에 관한 것이다. 화려한 액션과 정치한 고증,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대중적으로도 이미 성공한 영화이다. 양평에서도 연일 객석을 채우고 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은 2시간 30분 간 관객을 일제강점기로 몰입시킨다. 관객은 ‘친일파의 양산과정’과 ‘비정한 부성’을 시작으로 암살작전을 성공시키는 극중 인물의 ‘개인사’ ‘사회사’와 직면하게 된다. 일제강점기, 친일파와 독립군이라는 큰 구도 아래 다양하게 펼쳐지는 개인과 그들의 선택이 다층적 구도망을 이루며 블랙홀처럼 관객을 빨아들인다.
 
어머니를 잃고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분), 독립운동으로 시작해서 일제 앞잡이로 생을 마감하는 두 얼굴의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이정재 분), 안옥윤과 썸(?)을 타며 영화 속 주인공들의 개인사와 사회사의 연관성과 독립운동가들이 희생했던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직업 암살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 - 이 세 사람이 영화의 주요 구도를 이룬다. 이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삶 속에서 수많은 인과관계의 고리와 맞물려 자신이 선택하는 신념과 변절의 모습을 ‘암살’을 매개로 보여준다. 오로지 신념, 신념에서 변절, 절치부심에서 신념을 오가는 여러 개의 스펙트럼을 통해 치밀한 구성이 사실감을 더해준다.
 
영화 초반부에서 시작된 총성은 영화 말미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1930년대 조국 해방의 신념이 하나, 둘 꺾여가고, 침묵만이 남았던 시대의 한복판에서 적어도 두 시간 반 동안 울리는 총성은 ‘그들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한편, 영화는 총소리 속에서 ‘웃음’을 끌어낸다. 비장미가 넘치는 극의 흐름 속에서 마치 DNA의 이중구조처럼 끝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희극의 깊이는 비극과 비례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1930년대. 저항의 암흑기가 불현 듯 우리 앞에 왔는데, 칙칙하지 않아서 무거움만을 주장하지 않아서 한편으론 고마웠다. 그러나 역시 영화는 무거웠다. 몇 사람 죽인다고 조국이 해방되느냐는 질문은 자칫 화려한 액션과 이미지의 가벼움 저편에서 무게 중심을 잡고 있었다. 영화 속 대사들은 가벼움(?) 속에서도 영화의 주제의식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옥윤의 언니는 ‘여기선 다 그렇게 살아’ ‘독립운동 나도 좋아하는데, 너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결국 그렇게 살던 언니는 아버지의 총에 즉사했다. ‘여기서 그렇게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를 향한 염려이자, 경고 같은 이 장면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암살- 70주년을 맞는 광복의 해에 나온 탓인지 더 반갑다. 영화 속 시대 암살작전의 실제 주인공인 백범과 약산 김원봉 선생과 그 시대의 모든 독립운동가를 기리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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