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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파리, 텍사스
    [영화] 파리, 텍사스 좋아하는 영화는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남고, 다시 찾아보고픈 마음이 든다. 그런 영화들이 꽤 많지만, 어제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로마'를 보고나서 그 영화와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가 떠올라 영화를 다시 찾아봤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의외로 많다. 제목에서부터 두 영화는 '동명이역' 즉 이름이 같지만 지역은 다른 지명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머리속 나침반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뜻한다. '파리, 텍사스'에서 지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주인공 트레비스의 엄마가 태어난 곳이 텍사스에 있는 파리였고, 트레비스의 부모가 사랑을 한 곳도 파리였으며, 트레비스는 파리가 자신이 '만들어진 장소'라고 굳게 믿고 있다. 즉 엄마가 자기를 임신한 곳이 텍사스에 있는 파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레비스가 한때 여유가 있을 때, 텍사스의 파리에 있는 넓은 공터를 우편판매로 매입했다고 동생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말한다. 이 영화가 1980년대 초반에 만들었으니 벌써 30년도 훨씬 넘은 영화인데, 그때 텍사스 파리는 지금보다 더한 시골이었을텐데, 지금의 텍사스 파리는 한국과 비유하자면 시골의 한적한 면소재지 비슷한 마을이다. 요즘은 구글 지도가 있어서 미국이라면 어느 지역이든 마치 실제 걸으면서 보는 것처럼 풍경을 자세히 볼 수 있는데, 대도시인 달라스에서 조금 떨어진 작고,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동네에 불과하다. 그곳에 땅을 매입한 것은 오로지 트레비스 엄마의 고향이고, 부모가 그곳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고향이자, 나중에 가족과 함께 그곳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트레비스의 꿈을 드러내는 것이다. 영화는 느리게 진행한다. 텍사스의 황량한 사막을 걷는 한 남자. 남루한 옷과 지저분한 턱수염, 쾡한 눈과 거칠고 더러운 피부. 누가 봐도 부랑자이고 노숙자 같은 모습이다. 갈증이 심한 남자는 물을 찾아 다니다 작은 식당에서 얼음을 퍼먹고는 쓰러진다. 그가 깨어난 곳은 지역의 병원이고, 마침 그 식당에 앉아 있던 사람이 의사여서 그는 운 좋게 살아난다. 하지만 의사가 묻는 말에도 대답을 하지 않는 남자. 의사는 남자의 지갑에서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거는데, 마침 그의 동생 월트가 받는다. 월트는 로스엔젤레스에 살고 있고, 형과 연락이 끊긴지 4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형제는 월터의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서지만,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트레비스 때문에 이틀을 걸려 자동차로 집에 도착한다. 처음에는 넋이 나간 모습으로 있던 트레비스도 동생의 보살핌과 아늑한 동생의 집에서 생활하자 예전처럼 정상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동생 월터의 집에는 그가 잊고 있었던 어린 아들 헌터가 있었다. 헌터는 이제 8살이 되는 아이로 잘 생기고 똑똑하다. 월터는 헌터를 친자식처럼 키우고 있었지만 친아버지가 나타나자 헌터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두 사람의 어색한 만남을 없애기 위해 그들 가족이 행복했을 때 찍었던 수퍼8밀리 비디오 영상을 함께 본다. 그 영상 속에서 두 가족-트레비스와 월터의 부부와 아이-은 여행을 떠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영상 속에서 헌터는 이제 겨우 4살의 어린 아기로, 두 부부에게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영상을 바라보는 트레비스와 헌터는 행복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슬퍼진다. 함께 있어야 할 아내이자 엄마인 제인이 그 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트레비스와 헌터는 아버지와 아들이면서도 어색한 사이로 지내고,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헌터가 학교가 끝나 집으로 가려고 나올 때, 길 건너편에 서 있던 트레비스와 만나고, 두 사람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며 걸어서 집까지 걸어온다. 트레비스가 움직이는 모습을 헌터가 따라하고, 말없이 그렇게 오래도록 걸어서 집 근처에 다다르자, 트레비스는 도로를 건너 헌터에게 다가가고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 집으로 돌아간다. 이 장면은 아버지와 아들이 심리적으로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잘 드러낸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버지와 아들은 손을 잡지 않고, 조금은 어색한 마음의 공간을 남겨두고 있다. 월터의 아내는 트레비스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 제인이 연락을 했으며, 매달 헌터의 은행계좌로 돈을 입금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트레비스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제인을 찾으러 가겠다고 말한다. 로스엔젤레스에서 돈을 입금하는 은행이 있는 휴스턴까지 아들 헌터와 함께 차를 몰고 떠나는 트레비스. 매달 15일이면 돈을 입금하는데, 그 날에 맞춰 은행 앞에서 기다리다 제인을 만나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두 사람은 15일에 휴스턴 시내에 있는 드라이브 쓰루 은행에 도착하고, 입구와 출구 쪽에서 머물며 들고나는 자동차를 보며 제인을 찾는다. 그러다 두 사람 모두 잠이 들고, 막 잠에서 깬 헌터 앞에 빨간색 쉐비를 운전하는 금발의 여성이 보인다. 헌터는 본능적으로 그 여성이 엄마라는 걸 느낀다. 잠자고 있는 트레비스를 깨워 겨우 빨간차를 뒤쫓아 가는데, 휴스턴 외곽의 허름한 동네에 있는 건물 앞에 도착한다. 트레비스가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은 성매매를 하는 곳이었다. 직접 몸을 팔지는 않지만, 창문을 통해 여성의 몸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제인은 그곳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 헌터에게 돈을 보내고 있었다. 트레비스는 4년만에 아내 제인을 만나지만, 제인은 창문 너머의 남자를 볼 수 없고, 그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트레비스는 제인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와 헌터에게 엄마가 그곳에 있음을 알린다. 그리고 다음날, 트레비스는 녹음기에 아들 헌터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녹음하고, 다시 제인을 찾아가 그가 겪었고, 생각했던 제인과의 이야기를 천천히, 조용히 말한다. 제인은 창문 너머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다가,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설움이 복받쳐 눈물을 흘린다.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까지, 관객은 두 사람이 왜 헤어졌고, 트레비스가 왜 사막을 헤맸으며, 제인이 왜 사창가에서 몸을 팔아야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 하지만 트레비스의 말을 듣고, 다시 제인의 말을 들으면서-이것은 영화 속에서 헤어진 부부가 서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트레비스와 제인이 관객에게 직접 하는 독백이기도 하다-앞에서 했던 주인공들의 모든 행동을 납득하게 된다. 트레비스와 제인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이었다. 제인은 매우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었고, 트레비스는 그런 제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너무 사랑해서 직장도 다니지 않고 제인 옆에만 있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것은 집착이고 소유욕이었을뿐,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었다. 트레비스는 자기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제인이 바람을 피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고, 의처증으로 발달해 제인을 괴롭혔다. 다른 여자를 만나고, 술을 마시고, 제인을 함부로 대했다. 그럼에도 제인은 트레비스를 사랑했고, 그를 걱정했으며, 그를 믿고 기다렸다. 그러다 제인이 임신하고, 아들 헌터를 낳으면서, 상황은 바뀐다. 제인은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고, 아이를 낳아서 자신을 구속하려한 트레비스를 미워했다. 반대로 트레비스는 헌터가 태어나자 다시 제인을 사랑하고, 자신이 잘못했던 행동을 반성하며 용서를 구했다. 제인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짜증을 부리고, 집을 뛰쳐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트레일러에 불이 나고, 트레비스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마음 상태로 무작정 집을 떠나 달리기 시작했다. 왜 집을 나왔는지, 왜 제인과 헌터를 버리고 부랑자가 되어 거리를 헤매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 이후 트레비스는 제인을 처음 만나는 것이다. 제인은 그렇게 떠난 트레비스를 오래 기다렸지만 결국 트레비스를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그것이 헌터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헌터를 트레비스의 동생 부부에게 맡기고 집을 떠난다. 두 사람의 독백을 들어보면, 제인의 행동은 출산을 하고 나서 임산부가 겪는 산후우울증일 확률이 높다. 다만 임신 전과 임신 상태에서 트레비스가 보인 타락한 모습에 몹시 실망하고, 절망한 상태였다가 출산과 함께 그 절망적인 감정이 폭발해 남편과 아이를 포기하고 어디론가 도망가고픈 욕망이 솟구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지만, 트레비스는 여전히 제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의 어리석은 마음을 알면서도 정작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에는 깊은 반성을 하지 않는 이중의 모습을 보인다. 제인은 자기가 했던 과거의 행동이 잘못이었고, 그로 인해 트레비스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빌지만, 트레비스는 아들 헌터와 엄마 제인이 함께 있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은 다시 길을 떠난다. 영화가 두 사람-부부-만의 이야기였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을 울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어린 아들 헌터가 존재하면서, 개인과 가족의 슬픔은 더 깊어지고, 울림은 커진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미혼이었는데, 그때는 주로 두 사람의 관계만을 중심으로 보았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키운 다음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부부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사람이 바로 8살 헌터임을 알게 되었다. 행복했던 시절에 찍었던 비디오에서 4살의 아기 헌터는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리고 4년이 흘러 이제 초등학생이 된 헌터는 아름다우면서도 슬픔을 간직한 아이가 되었다. 헌터는 부모의 이별로 작은아버지, 작은엄마를 친엄마, 친아빠로 알고 지냈으며, 그에게 친아버지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가 겪었을 마음의 갈등과 혼란을 생각하면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찢어질 듯한 아픔을 느낀다. 그나마 헌터는 좋은 양부모 아래서 행복하게 자라 퍽 다행이었고, 친아버지를 이해하는 속깊은 아이였다. 호텔에서 혼자 기다리며 떠나간 아빠를 생각하고, 엄마를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는 헌터를 찾아온 제인,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가가 말없이 끌어안는다. 엄마와 다시 만나지만, 아버지와는 다시 헤어져야 하는 헌터. 가족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다. 밤길을 운전하며 어디론가 떠나는 트레비스의 옆모습에서 반짝거리는 건 아마 눈물이었으리라. 이 영화에서 붉은색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영화의 시작에서 사막을 걷는 트레비스가 쓰고 있는 모자는 빛바랜 붉은색 모자였고, 트레비스가 동생네 집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아들 헌터와 관계가 좋아지면서, 다시 아내 제인을 찾아나서는 길에 붉은색 옷을 입고 있다. 아들 헌터도 마찬가지. 게다가 휴스턴의 드라이브 쓰루 은행 앞에서 헌터가 발견한 엄마의 차도 빨간색 쉐비였고, 트레비스가 몇년만에 만나는 아내 제인이 입고 나온 옷이 붉은색 옷이었다. 결정적 순간마다 등장하는 붉은색은 붉은피 즉 혈연을 뜻한다. 이들이 한 가족으로, 서로 피를 나눈 사이임을 암시하며, 가족이 흩어졌다 다시 만나면서 피가 통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드러낸다.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기며 끝나는데, 트레비스와 아들 헌터가 만났다 헤어지고, 제인과 아들 헌터가 만났으니 이제 다시 트레비스가 돌아오면 가족은 완전하게 결합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영영 만나지 못할 수도 있고, 트레비스와 제인은 만나지 않더라도 헌터가 중간에서 부모 사이를 오가며 만날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가족이라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헤어지고,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가장 증오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길을 떠나야 할만큼 마음의 상처가 깊다면, 그것을 치유하도록 시간을 주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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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16
  • [영화] 로마 ROMA
    [영화] 로마 ROMA 이 영화는 그가 만든 '그래비티'보다 흥행이 낮을지 모르지만, 그의 작품-앞으로 만들 작품까지 포함해서-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 아닐까 예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쉰들러 리스트'가 생각났다. 두 작품은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데-있다면 딱 한 가지, 영화가 흑백이라는 점-왜 '쉰들러 리스트'가 떠올랐는가 생각해보니, 이유를 알 것 같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멋진 영화를 만들면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자신의 검증된 연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했다. 반면 스티븐 스필버그는 유명한 흥행감독으로 성공하자, 상을 타고 싶은 욕망으로, 오로지 '예술성 있는 감독'이라는 이름을 얻고 싶어서 '쉰들러 리스트'를 연출했다. 두 사람의 출발점이 처음부터 다르다. 유대인이자 시오니스트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핍박당하는 유대인을 구출한 독일인 쉰들러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 그렇다고 지금 스티븐 스필버그를 '예술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그저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 '예술영화'도 잘 만드는 뛰어난 감독임을 보여준다. 이전의 영화들이 대중성과 흥행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적어도 이 영화는 그런 관객의 시선에서 초연하다.  무려 134분이나 되는 런닝타임은, 대단한 사건이 없는 이 영화가 왜 그렇게 길어야 하는지,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서 더는 줄일 수 없다는 감독의 의지를 반영한다. 그리고 흑백필름은 단지 멋을 부리기가 아니라, 1970년대 멕시코의 시대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훌륭한 수단임을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다. 이 영화가 컬러필름이었다면 오히려 영화의 몰입과 집중에 방해가 되었을 터이고, 영화의 격도 낮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흑백필름을 적절하게 쓰면 영화는 더욱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교본같은 영화다. 이야기는 매우 평범하다. 오히려 너무 평범하고 단조로워 지루할 것 같은 내용이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호흡을 이어간다. 멕시코의 한 도시 이름이 '로마'다. 이탈리아의 로마라면 너무 당연하겠지만, 이 영화에서 '로마'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의 중심부에 있는 한 지역을 말한다. 그러고 보면, 동명이역(이름이 같은 다른 지역)으로 유명한 영화 '파리, 텍사스'가 있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파리'에서 벌어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빔 벤더스 감독의 이 영화 역시 걸작이다. '로마'와 '파리, 텍사스'는 헤어진다는 소재가 같다. 다만 그 방식이 다를 뿐, 가족의 해체, 사랑하는 사람과 결별, 후회, 안타까움 등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다. 텍사스의 로마지역에 사는 한 중산층 가족과 그 집에서 일하는 멕시코 여성 가정부 클레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중산층 가족이지만 이들은 미국인이다. 미국인이 멕시코에서 중산층으로 살아가며 멕시코인을 하녀로 부리고 있다는 것은, 멕시코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을 암시한다. 미국에 종속된 멕시코는 자신들이 분명 멕시코의 주인이면서도 미국의 하인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처지에 놓여 있다. 미국인 부부는 네 명의 아이가 있다. 집에는 두 명의 가정부가 있고, 남자는 아마도 의사인 듯하고, 여자는 생화학자로 교사로 일하는 것으로 나온다. 넓은 집에 두 대의 차를 보유하고, 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는 이 가족과 가정부 클레오는 주종 관계이면서도 사이가 퍽 좋다. 클레오는 전형적인 멕시칸으로 외모만 봐도 멕시코 사람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멕시코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이 집에서 일하는 두 명의 젊은 여성 가정부는 선량하고 착한 사람들임을 외모부터 보여준다. 조신한 몸가짐, 부지런한 몸놀림, 집안일을 두루 하면서 아이들도 돌보는 유모같은 가정부들이다. 미국인 부부는 두 명의 가정부를 믿고, 아이들까지 맡긴다. 집주인이나 아이들에게서 갑질이나 선민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고, 상식을 갖춘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이 행복한 집안에 균열이 생긴다. 캐나다 퀘벡으로 출장을 떠난다는 남자는 돌아오지 않고, 클레오는 남자친구와 동침하고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남성은 무책임하고, 폭력적이다. 어린 자식을 네 명이나 남겨두고 출장 간다고 속이고 집을 떠난 백인 남성은 실제로는 같은 멕시코 시티에서 다른 여자와 살고 있다는 것이 발각된다. 클레오의 남자친구는 클레오가 임신했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도망친다. 남자들은 대책없이 한심하고, 어이없는 속물에다 역겨운 인간들이다. 클레오의 집주인인 백인여성이 '여자는 언제나 혼자였어'라고 말하는 건, 자신의 처지는 물론이고 클레오의 난처한 상황까지 아우르며, 여성 일반의 삶의 보편성을 드러내는 말이다. 클레오는 임신한 사실을 밝히면서, 자기가 해고될 것을 걱정하지만, 여주인은 그럴 일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집주인으로서의 배려일 수도 있고, 같은 여성으로서 동지적 입장으로 배려하는 것일 수 있다. 덕분에 클레오는 임신하고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는데, 그는 충격적 사건을 겪으면서 결국 아이를 사산한다. 아이들과 여행을 떠난 곳에서 두 아이가 파도에 휩쓸려 죽을 뻔한 상황에서 클레오는 성치 않은 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두 아이를 살린다. 하마터면 클레오도 죽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모두 살아서 바다 밖으로 나오고, 이때 클레오는 자신의 속마음을 처음으로 드러낸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어요.' 이 말은 한때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남자에게서 받은 심한 마음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음을 뜻하며, 데모하는 학생을 총으로 쏴죽이는 사람이 자신의 아이 아버지였던, 한때 사랑했으나 매몰차게 임신한 자신을 버리고 떠난 바로 그 남자라는 것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던, 그래서 그 폭력적인 남자의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던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클레오의 여주인 역시 자신이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심한 충격을 받지만, 네 명의 아이를 키워야 하는 어머니로, 생화학자이자 교사인 지성인으로, 남자의 배신을 결연하게 극복한다. 그녀는 아이들과 클레오에게 새로운 모험을 떠나자고 말하고, 앞으로 함께 더욱 뭉쳐서 잘 살자고 다짐하고 격려한다.  이 영화는 결국 여성의 이야기이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사랑했던 엄마, 이모, 누나들의 이야기다. 1970년대 초반의 여성이라면 멕시코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들이 놓인 사회적 환경이나 억압은 나라를 떠나 비슷하며, 여성 일반이 겪는 고통의 역사는 인종과 국경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욱 보편적인 영화이며, 시대를 훌륭하게 반영하고, 여성의 삶을 드러내며, 평범하지만 비범했던 여성들을 기억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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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15
  • 인터뷰 / 정원석, 신재생에너지전문가- '에너지 분산화'
        양평 아신에 살고 있는 정원석(63년생)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를 찾았다. 1970년대 공장에서 버려지는 폐열을 회수하는 장치에서 시작된 지열시스템이 주택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9년 9월부터 지열은 신재생에너지로 구분되었다. 정원석 대표는 2006년부터 신재생에너지를 시작해서 2009년 10월,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지열난방 대한민국 주택설비 1호’를 시공,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실증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재생에너지(New-Renewable Energy)는 ‘재생 가능한 새로운 에너지’ 또는 ‘스스로 복원되는 무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보통 지열, 태양열, 태양광, 풍력 같은 자연에너지를 원천으로 한다.   지열난방의 장점과 주택적용에 대하여 지열난방을 할 경우 좋은 점은 매우 편리하다는 것이다. 스위치만 작동시키면 무한대 원천에너지를 보충할 염려 없이 쓸 수 있다. 또한 기름이나 가스난방에 비해 매우 깨끗하다. 또한 실내에 별도 설비를 할 경우, 여름엔 에어컨 기능이 가능하다. 근래엔 도시가스지역에서도 지열난방을 선호하는 추세다.   지열에너지는 땅 3미터 아래는 외기 온도와는 무관하게 13도 이상을 유지한다. 이 열원을 에너지로 쓰게 된다. 주택에 적용할 경우, 열을 옮겨주는 장비인 ‘히트펌프’를 설치하게 되는데, 최대온도를 65도까지 높일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표준안은 일반주택의 경우, 3,40평대 기준 히트펌프를 시간당 15,000Kcal를 생산하는 5RT이다. 5RT를 적용할 경우, 전체공사비가 약 2천4백만원으로 이 중 정부지원금이 약 1천만원 무상지원되므로 소비자는 1,4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장비운전에 사용하는 전기비용은 40평 기준 월 15만원에서 20만원이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투자비회수기간은 보통 5년으로 잡는다.     태양광, 전기요금폭탄 막는다 태양광 플랜의 시작은 2002년부터이다.(태양광을 시작한지는 9년째이다.) 태양광은 결정질실리콘의 광기전력효과를 이용하여 전력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말한다. 태양광은 1950년에 개발되어 55년 인공위성 전원공급장치로 사용되고, 지금도 인공위성의 안정된 전원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정대표는 결정질실리콘은 인간이 발명한 소재 중 가장 비싼 소재이자 가장 혁신적이며 유용하고 미래적이라고 말한다.   태양광은 350KW를 쓰면 5만원선인 전기료가 두 배를 쓰면 30만원 가까이 되는 누진제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전기료는 최소 3분의 1에서 최대 5분의 1까지 줄고,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폭탄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정대표가 모든 가정에 태양광 설치를 권하는 이유기도 하다. 현재 한전의 주수입원은 누진제로 부과되는 주택용전기요금이다.   태양광은 남쪽을 향한 경사지붕이나 남쪽을 향한 25~30도 각도의 구조물을 설치하면 가능하다. 도심의 경우 빌딩 옥상에 설치할 수도 있다. 요즘은 반투명전지판으로 창문에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그밖에도 돗자리 전지판이나 몽골 등 오지에서 사용되며 세계최고 수준의 전지판을 국내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가정용 3kw를 설치할 경우, 초기비용은 500만원 정도다. 500만원을 투자하면, 매월 6만원의 전기료를 내던 가정은 전기료가 0원이 되고, 10만원은 2만원, 15만원은 4만원, 30만원은 10만원, 80만원은 40만원 이하로 절감된다.   태양광은 주택에 시간당 3kw(4마력)가 적용되는데 우리나라 일조상태는 매우 우수하여 발전유효시간인 4시간은 하루에 12kw 발전을 가능케 하여, 한 달이면 360kw를 생산하게 된다. 전지판수명은 30-40년이고, 변환장치는 8년-10년으로 월 8만원의 전기요금을 사용하는 경우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7만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투자회수기간은 3-5년이다.   주택에 적용하려는 소비자의 주의점을 묻자, 상담과 시설 및 사후관리가 가능한 업체에서 할 것을 권했다. 상담만 받고 시설은 별도로 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사후 발생하는 서비스문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고장은 잘 못 설치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태양광의 고장율은 실제 0.3%이내이다.     양평, 에너지자립도시 선점해야 정원석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대표 도시로 미국 텍사스를 꼽았다. 텍사스는 대규모 풍력발전을 통하여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는 전기가 무상공급된다. 텍사스에선 ‘세탁기는 9시에 돌린다’는 말까지 있다. 그 외에 독일이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높고, 일본, 스페인 순이다. 또한 중국은 신흥도시의 경우, 전신주 등 기반시설의 어려움으로 처음부터 전력분산화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동해나 서해의 바닷가에 위치한 13개 발전소에서 내륙의 도시로 전기를 들여온다. 서울로 가는 송전로는 운명처럼 경기도를 거쳐서 가야한다. 765Kv의 경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한다. 각 가정의 태양광은 에너지분산화에 일조할 수 있다. 전기의 자급자족인 셈이다.   양평은 친환경생태도시를 모토로 삼아왔다.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자급률 10% 도시’로 나아갈 경우, 크린도시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다.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변전소와 765KV 송전선로가 관내의 핫이슈였던 만큼, 에너지자립도시를 선점하는 것은 이런 불상사를 사전에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마당 한 켠에 마련한 열린사랑방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넘치는 애정- 외모는 옆집아저씨 같았지만, 정대표의 철학과 의지는 남달라보였다. 에너지분산화에 열의가 높은 정대표는 이웃과의 소통에도 관심이 많다. 사무실 마당 한 켠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이웃과 만날 준비를 했다. 그곳에서 자신과 함께 일한 사람들을 불러 영화도 보고, 음식도 먹고, 사는 이야기도 나눌 생각이다. 정대표는 덧붙여 ‘누구라도 환영입니다’고 말했다. 그의 웃음에서 농본주의적 진정성을 보았다.   현재 정대표가 하는 일은 전국의 태양광설비와 지열설비에 대한 체계적인 A/S 및 유지관리다. 지난 2015년 4월부터 시작하여 올 해 전국망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블로그; 은빛나무길을 따라. http://http://blog.daum.net/silkytabby (카페 양평의 주택과 생태환경) http://http://cafe.daum.net/citi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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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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